이 겨울,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
저는 삼식이입니다. 하루 세끼 아내 밥을 찾는 남자죠. 은퇴를 하고 나니 의지할 곳이라고는 아내밖에 없습니다. 지난여름 어느 날 점심을 먹으라는 아내의 호출에 지체 없이 식탁에 앉았습니다. 쌈이 하나 가득 식탁에 올라왔더라고요. “시장을 언제 다녀왔어?” 하고 물었더니 핀잔 아닌 핀잔이 들려옵니다. “아니 집에 저거 들인 거 몰라요?” 얼마 전에 채소 기르는 기계를 들이고 싶다더니 어느새 집에 와 자리를 하고 있었나 봅니다. 삼시 세끼 밥을 먹으면서도 무심한 남편은 그것도 몰랐던 거 아니겠습니까? 헛기침을 하고 상추 하나를 들어 크게 한 쌈을 싸 먹습니다. 거참 금방 밭에서 딴 것처럼 야들야들 아삭아삭하니 참 맛이 좋더군요. 정신없이 연달아 쌈 싸먹기를 계속, 아내는 “아침을 그렇게 먹고도 참 잘 드셔. 맛있수?” 괜히 눈치 주는 소리를 던집니다. 그런데 시장에서 사다 며칠씩 냉장고에 넣었다 먹던 쌈채소와는 맛이 확실히 차이가 있더군요. 옛날에 어머니 밑에서 자랄 때, 여름이면 어머니는 뒤꼍에 가 상추, 깻잎, 고추, 호박 등을 따오라고 심부름을 참 많이도 시키셨습니다. 한 소쿠리 따다 드리면 어머니는 그것으로 된장찌개도 끓이시고 물에 한번 슬쩍 씻어 푸짐하게 상추쌈도 차려주셨습니다. 아버지랑 누이들이랑 다 같이 먹는 여름날의 저녁은 그렇게 맛이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그 흔한 고기반찬이 없어도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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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밥을 먹은지 이제 40년째입니다. 아내도 참 지극정성으로 밥상을 차려주었습니다. 요새야 아침점심저녁 다 집에서 먹는 저를 나무라긴 하지만요. 신기한 기계가 우리집에 온 이후로 저는 여름 내내 아니 찬바람이 부는 지금까지도 갓 딴 채소를 먹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야 주로 쌈으로 먹지만 어쩌다 며느리라도 오면 그럴듯한 요즘식 샐러드가 식탁에 나오기도 합니다. 보면 볼수록 신기한 제품이라는 생각에 그저 허허 웃음이 납니다. 어머니 심부름하던 시절에는 쌈이래야 상추와 깻잎이 전부, 그것도 여름 한 철이었는데 이제는 사시사철 종류도 가지가지 참 다양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삼식이 남편으로서는 참 반가운 일이지 뭡니까. 아내가 친구들과 점심 약속으로 집을 비운 오늘, 저는 채소 몇 장을 뜯어 쌈을 싸 먹습니다. |